정부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확대와 업무 저성과자 퇴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과정에서 공공기관을 지렛대로 삼는 형국이다.

 

◇공공기관 성과 중심으로 개편=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을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그동안 간부직에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는 7년 미만 근속자와 최하위직급을 제외한 전체 직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업무 저성과자를 퇴출하는 2진 아웃제 도입도 검토된다. 업무고과에서 두 차례 최저점을 받으면 다른 기관이나 유사 회사에 이직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간부직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고를 쉽게 하려는 게 아니라 조직운영의 경쟁효율화 차원"이라며 "노조가 있어 악용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과부진자 퇴출이 고용불안으로 직결되는 데다, 단체협약 무력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공공기관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공공성을 저해하는 행위가 만연해질 여지도 있다.

 

기재부는 이와 함께 전문계약직제 도입과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추진하면서 공공기관 간 기능조정에 나선다. 기재부는 올해 주택·도로·철도 등 SOC 분야와 문화·예술, 농림·수산 등 총 85개 기관을 우선점검대상에 올렸다. 예컨대 LH의 일반주택분양이나 SOC기관 건설감리 기능 등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은 경쟁필요성 등 타당성 검토 후 사업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수자원공사의 택지분양과 도로공사의 민간도로 관리 사업은 축소하거나 신규사업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공영역 사업의 일부를 민영화하겠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또 1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이행하지 않은 12개(11개 국립대병원·국토연구원) 공공기관과 1개(수리과학연구소) 부설기관은 올해 임금을 동결할 방침이다. 올해 6월말까지 정상화 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내년 임금도 동결한다.

 

◇노동계 "사회적 대화, 무슨 소용 있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공공부문발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계는 "기재부가 뒤통수를 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기능점검·임금체계 개편·정년연장·임금피크제 등은 다음달 열리는 공공부문발전위에서 다룰 의제다. 공공부문발전위가 다루기도 전에 정부가 먼저 정책방향을 발표한 것이다. 공공부문발전위 논의는 물론이고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논의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공부문발전위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조직은 탈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호 공공노련 사무처장은 "이미 공공부문발전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사항을 정부가 확정해 발표한다는 것은 공공부문발전위뿐만 아니라 노사정위 전체 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 사무처장은 "정부가 공공부문을 앞세워 임금체계 개편을 비롯한 민감한 노동현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면 총연맹 차원에서 (노사정위 탈퇴 여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희 공공연맹 정책국장은 "정부가 2월 공공부문발전위에서 논의할 안건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만큼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공공부문발전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어떠한 사전논의도 거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2단계 정상화 대책을 추진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한국노총과 함께 강력히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성과연봉제와 2진 아웃제는 공공기관 직원들을 돈의 노예로 경쟁시켜 매년 해고하겠다는 악랄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정부가 민간부문 노동자까지 이런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만큼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노동자 죽이기 정책을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규탄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출처 : 매일노동신문